디지털 세금제도

앤티가 바부다 디지털 세금 제도: 카리브 조세 천국의 클라우드 실험

mongsnews 2025. 7. 14. 23:08

앤티가 바부다는 인구 약 10만 명의 작은 섬나라로, 오랫동안 ‘조세 피난처’라는 이름으로 국제 금융 시장에서 알려져 왔다. 이 나라는 오프쇼어 금융업, 부동산 투자, 여권 프로그램(Citizenship by Investment Programme)을 통해 외화 수입을 창출하며, 개인소득세가 없는 구조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국제사회, 특히 OECD와 EU의 지속적인 조세 투명성 요구와 블랙리스트 지정 압박 속에서 앤티가 바부다 정부는 투명한 납세 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 방식의 세정 행정으로 전환하는 개혁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1년을 기점으로 앤티가 바부다는 조용하지만 확고하게 전자 세무 시스템의 도입과 디지털 세금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납세자 정보의 전자화, 간접세(VAT) 신고의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기반 세무 데이터 관리 등이 주요 개혁 항목이다.

앤티가 바부다 디지털 세금 제도

이 글에서는 이 카리브 해 조세 특례국이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세정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으며, 국제 조세 질서 속에서 어떻게 자국의 이익과 규범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조세 피난처에서 디지털 세정 국가로의 전환 배경

앤티가 바부다의 경제는 전통적으로 관광업과 금융 서비스업에 크게 의존해 왔다. 특히 외국인의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개인소득세가 없고, 법인세도 낮은 조세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17년 이후, 국제 조세 감시 기구인 OECD의 조세 회피 방지 지침(BEPS)과 EU의 블랙리스트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앤티가 바부다는 글로벌 조세 투명성 기준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금융 거래가 차단될 수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형적으로는 낮은 세율을 유지하면서도, 행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전환을 택했다. 앤티가 바부다는 “Digital Governance Strategy 2020–2025”를 발표하며, 전자정부 확대와 디지털 조세 관리 시스템 도입을 핵심 추진 과제로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세금 신고 절차 전자화, 납세자 등록 시스템 개선, 외국 법인 거래 데이터 추적,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 행정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병행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전자세무관리포털(Tax e-Services Portal)이며, 이를 통해 앤티가 바부다는 과세 환경의 구조적 디지털화를 본격화하게 된다.

 

전자세무포털과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구조

앤티가 바부다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국세청(IRD: Inland Revenue Department) 주도로 운영되며,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전자 납세 포털(Taxpayer e-Services)이 도입되었다. 이 시스템은 전면 클라우드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정부 자체 데이터센터 대신 보안 인증을 받은 외부 서버(주로 카리브 정부 IT연합의 공동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다.

현재 포털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 부가가치세(VAT) 전자 신고 및 납부

- 숙박세, 인지세 등 기타 간접세의 전자 처리

- 납세자 등록 및 계정 관리

- 신고 이력 및 전자영수증 열람

- 실시간 세금 계산기 및 자동 제출 리마인더

 

특히 VAT 신고 기능은 전자 인보이스와 연계되어 있어, 호텔, 리조트, 렌터카, 요식업체 등 관광업 관련 업종에서 발생한 거래 내역이 자동으로 전자 기록되어 국세청 시스템에 보고된다. 이 구조는 과세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수작업 오류를 줄이고 신고 누락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시스템은 납세자가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으며, 영문과 현지 크리올어 UI 동시 지원, 자동 저장 기능, 오프라인 임시저장 후 재접속 기능 등을 통해 사용자 친화적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창업자와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과세 체계

앤티가 바부다는 관광 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창업 생태계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 창업자가 증가함에 따라 간이 납세자 등록 및 디지털 세무 대응 체계도 점차 정비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 앱 개발자, 온라인 강사, 외국 고객을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프리랜서 등은 일정 수익 이상 발생 시 IRD에 등록하여 VAT 납부 의무 및 거래 기록 제출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디지털 창업자 대상 세정 편의 정책을 운영 중이다:

 

- 온라인 간편 등록 시스템 (신청 후 48시간 이내 승인)

- 정액세 혹은 매출 기반 단일세율(예: 5~7%) 선택 가능

- 전자 인보이스 자동 발행 API 제공

- 납세 의무자 대상 무료 전자 세무 교육 세션

 

이러한 정책은 소규모 사업자의 납세 부담은 줄이되, 세수 기반은 확대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비공식 디지털 경제를 제도권으로 유도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외국인 사업자 및 오프쇼어 법인 대상 디지털 과세 전략

앤티가 바부다는 외국인의 법인 설립과 계좌 개설, 투자에 매우 개방적인 국가이며, 전통적으로는 오프쇼어 기업이 납세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면세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국제 조세 기준 변화에 따라 외형적 조세 회피 구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외국인 법인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전자 납세 참여 및 투명한 보고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계 법인이 앤티가 바부다 내에서 실질적인 거래나 영업 활동을 하는 경우, 다음 요건이 적용된다:

 

- VAT 및 기타 간접세 신고 의무

- 세무 보고 시스템(Tax e-Services) 등록 필수

- 현지 사업장 실체 요건 증명

- 전자 인보이스 제출 및 거래 내역 보관 의무

 

또한, 앤티가 바부다는 경제 실체 규정(Economic Substance Regulation)에 따라, 조세 투명성 확보를 위한 외국 법인의 보고 의무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클라우드 기반 전자 신고 시스템과 연계해 디지털 방식의 실시간 과세 감시 체계로 구축 중이다.
이는 조세 회피국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제금융 허브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디지털 세금 제도의 한계와 국제 기준 정합성 도전

앤티가 바부다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그 구조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기술적·법적 과제들이 남아 있다.
첫째, 전국적인 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낮아,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전자 신고가 여전히 어렵다.

둘째, 암호화폐, NFT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과세 기준이 부재하고, 관련 거래는 대부분 신고되지 않고 있다.

셋째, 디지털 세무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보안 대책이 미비하며, 개인정보 보호와 납세 자료의 무결성 보장을 위한 기술적 검증 절차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IRD는 이에 대응해 2025년까지 이중 인증 기반 로그인 시스템, 자동 암호화 저장소, 세무 감사용 블록체인 기록 관리 도입 등을 발표하며 보안 강화를 병행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보완 노력을 통해 앤티가 바부다는 단순히 ‘낮은 세율’을 장점으로 삼는 조세 특례국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 투명 조세 행정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국제 조세 신뢰도 회복과 외자 유치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