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금제도

아제르바이잔 디지털 세금 제도: 천연자원 국가의 디지털화 실험

mongsnews 2025. 7. 11. 23:42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성장한 전형적인 자원 의존형 국가였지만, 최근 몇 년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과 지속가능한 성장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비자원 산업 육성디지털 전환을 핵심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특히 세정 행정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분석, 전자 인보이스 제도, 온라인 신고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이 통합된 디지털 세금 제도 개혁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산화 수준을 넘어서, 중소기업 육성, 납세자 편의 향상, 외국인 투자 유치, 국제 조세 기준 정합성 확보라는 복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개혁의 일환이다. 아제르바이잔의 디지털 세정 실험은 중앙아시아 및 코카서스 지역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석유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 차원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디지털 세금 제도


이 글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디지털 세금 제도의 구조와 정책적 배경, 시스템 운영 방식, 창업자 및 외국인에 대한 적용 사례, 그리고 한계와 과제까지 다각도로 살펴본다.

 

천연자원 기반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정책적 전환

아제르바이잔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이며,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가 경제의 약 90% 이상이 석유·가스 수출에 의존할 정도로, 아제르바이잔은 전형적인 자원 수출국의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과 자원 가격 변동성, 기후변화 대응 요구가 심화되면서, 정부는 경제 구조 다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추진된 "Azerbaijan Digital Trade Hub" 프로젝트는 정부의 디지털화 의지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정책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민간 부문의 디지털 경제 활성화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조세 행정, 법인 등록, 회계 인프라까지 전면적으로 디지털화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결국 이는 조세 투명성 제고와 행정 효율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아제르바이잔의 디지털 세금 제도 시스템 구조

 

아제르바이잔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국세청(The State Tax Service under the Ministry of Economy)이 전담하고 있으며, 모든 세무 절차는 “Elektron Vergi Sistemi (EVS)”, 즉 전자 세무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 이 시스템은 사업자 등록, 세금 신고, 납부, 전자 인보이스 발행, 세무 감사 대응 등 조세와 관련된 모든 단계가 온라인 기반으로 연결된 통합 시스템이다.

모든 개인과 법인은 고유 납세자 번호(TIN)를 발급받아 EVS에 로그인하며, 이 계정을 통해 모든 신고서 제출, 세금 납부 영수증 출력, 세무 자료 열람 등을 처리할 수 있다. 특히 EVS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다.
전자 인보이스 시스템도 법적으로 의무화되었으며, VAT 납부 대상 기업은 모든 거래에 대해 전자 인보이스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실시간 거래 내역 감시 기능과 연동되어, 정부는 거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과세 누락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은 AI 기반 세무 리스크 분석 시스템도 실험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위험 납세자를 자동 식별하여 사전 조치하는 방식의 프리-감사 구조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는 중앙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선진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창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세정 지원과 과세 구조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디지털 세금 제도를 단순히 기술 인프라로만 보지 않고, 국가 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시행된 "Start-up Certificate" 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IT 기반 창업자에게 최대 3년간 법인세(20%) 면제 혜택을 제공하며, 모든 신청과 심사는 전자 방식으로 처리된다.

프리랜서, 콘텐츠 크리에이터, 앱 개발자, 마이크로기업 등은 전자 방식으로 간이사업자 등록을 하고, 매출액 구간에 따라 단일세율(예: 5~7%) 적용 또는 정액 납부 방식으로 세무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창업자들은 EVS 내에서 제공되는 회계 자동화 도구와 전자 인보이스 템플릿, 세무 신고 마법사 등을 활용하여 전문가 없이도 스스로 세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발적 납세율을 높이고, 행정 부담을 줄이며, 기업의 조세 규범 내 편입을 유도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디지털 세금제도는 실질적으로 비공식 경제의 공식화(formalization of informal economy)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외국인 사업자 및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아제르바이잔은 외국인에게도 법인 설립과 세무 등록이 개방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절차는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된다. 외국인은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TIN을 발급받고, EVS에 접근하여 VAT 등록, 법인세 신고, 전자 인보이스 발행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국경 간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예: 클라우드 플랫폼, 원격 강의 서비스, SaaS 운영 기업 등—는 아제르바이잔 내 사용자에게 유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간접세(부가가치세, VAT) 납부 대상이 되며, 관련 신고는 EVS를 통해 전자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제르바이잔은 OECD의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정책 권고를 부분 수용하고 있으며, 이중과세방지협정(DTA)을 유럽, 중동, 아시아의 50개국 이상과 체결하고 있어 국제 조세 정합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외국인 창업자와 투자자를 위해 영문 기반의 세무 가이드라인, 다국어 상담 창구, 디지털 신고 템플릿 등을 제공하여, 언어 장벽도 실무적으로 낮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디지털 세금 제도의 한계와 향후 발전 방향

 

아제르바이잔 디지털 세금 제도는 중앙아시아 및 코카서스 지역에서 가장 발전한 구조 중 하나지만, 여전히 몇 가지 과제도 존재한다.

첫째, 일부 지방 지역에서는 인터넷 인프라 미비로 인해 전자 세정 시스템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전자 신고 참여율이 수도권에 비해 낮은 편이다.
둘째, 암호화폐, NFT, 디지털 자산 거래 등 비전통적 소득에 대한 과세 기준이 미비하며, 이와 관련된 거래가 대부분 제도 밖에 머물고 있는 것도 실무적으로 위험 요소로 평가된다.

셋째, 세무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사용자 교육과 실무 이해 부족으로 인해 세금 신고 오류, 이중 납부, 잘못된 인보이스 발행 등의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완이 요구된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2025년까지 모바일 세무 앱 정식 도입, 인공지능 기반 회계 보조 시스템, 자동 오류 탐지 기능 강화, 그리고 지방세무서의 디지털 보조 인력 확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아제르바이잔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석유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 중심 행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아제르바이잔은 자원 수출국을 넘어, 디지털 기반 행정 선도국가로 전환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