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인근 대서양에 위치한 인구 약 22만 명의 군도 국가인 상투메 프린시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영어권·포르투갈어권 국가 중 하나이다. 면적은 서울시보다 작고, 경제는 주로 카카오, 커피, 어업, 관광 등 기초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소국으로 평가받으며, 정부는 최근 국제 원조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조세 기반 확대’와 ‘전자정부 구축’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 세금 제도의 도입이다. 상투메 정부는 2021년부터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세계은행, 포르투갈 정부 등의 협력을 받아 전자 인보이스 기반 세무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 디지털 세정 개혁은 단순한 IT 도입이 아닌, 납세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역사적 시도라 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이 소규모 국가가 어떻게 디지털 세금제도를 설계하고 실행하고 있는지, 그 구조와 한계, 그리고 향후 과제까지 차례대로 살펴본다.
국제 협력 기반의 디지털 세금 제도 추진 배경
상투메 프린시페의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은 국제 원조기관의 적극적 기술 및 정책 지원과 정부의 내부 혁신 의지가 맞물리며 추진되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 나라의 전통적 세무 구조가 비효율성과 부패, 납세 회피를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2020년부터 전자정부 전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디지털 세정 시스템 구축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세청(Direcção dos Impostos e Contribuições) 산하에 ‘디지털 세정기획팀’을 신설하고 전자 신고 시스템 개발을 본격화했다.
여기에는 포르투갈 정부의 기술 자문과 포르투갈어 기반 전자 시스템 도입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상투메 프린시페는 포르투갈어권 아프리카 국가(Lusophone Africa)의 일원으로서, 브라질과 앙골라, 포르투갈 등과 디지털 세정 협약을 체결하고 법제와 시스템 설계를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 협력 속에서 자생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디지털 세금 제도의 내구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ISTEMA 시스템: 디지털 세금 제도의 중심 플랫폼
상투메 프린시페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SISTEMA(Sistema Integrado de Tributação Eletrónica para São Tomé e Príncipe)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세정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시스템은 사업자 등록, 전자 신고, 세액 계산, 인보이스 발행, 납부 확인, 환급 신청 등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며, 2022년 말부터 전국적으로 단계적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 기능은 전자 인보이스 자동 연동 시스템이다. 모든 법인 및 등록 자영업자는 세금 관련 거래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SISTEMA를 통해 인보이스를 발행해야 하며, 이 정보는 즉시 국세청 서버에 저장된다. 이 구조는 부가가치세(VAT) 탈루를 막고, 거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납세자는 본인의 계정에서 실시간 세액 계산, 납부 일정 알림, 연체이자 산정 등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어 세무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간이 납세자 시스템과 디지털 포용 전략
상투메 프린시페는 영세 사업자와 비공식 경제 참여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전체 경제 활동 인구 중 약 60%가 비등록 사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을 기존 세정 체계로 포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정부는 간이 납세자 전용 시스템(Sistema Simplificado)을 개발하고, SISTEMA 내 별도 인터페이스를 통해 월 정액 방식 또는 소득 구간별 과세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매출이 50달러 이하인 상인은 세금 신고 없이 자동 정액 납부가 가능하며, 오프라인 창구 또는 USSD 기반 모바일 코드 입력을 통해 신고와 납부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이 시스템은 문해력이 낮거나 디지털 기기 접근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시청각 기반 신고 가이드, 오프라인 상담창구, 지역별 세무보조센터와 연계해 디지털 포용성을 실현하려는 정책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사례다.
관광산업과 연동된 디지털 과세 실험
상투메 프린시페의 주요 외화 수입원 중 하나는 관광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호텔, 레스토랑, 여행사, 렌터카업체 등 관광 서비스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SISTEMA 연동을 의무화했다. 이들은 고객 결제 시 전자 인보이스를 자동 생성해야 하며, 그 내역은 VAT 납부 및 관광세(Tourism Tax) 정산에 사용된다.
이 구조는 관광업의 매출 흐름을 국세청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며, 계절적 수요 예측 및 수익 분포 분석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포르투갈, 프랑스 등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결제하는 외화 결제 내역도 시스템에 자동 반영되며, 세수 누락 방지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 흐름 관리에도 기여하는 구조로 발전 중이다.
법제도 개편: 디지털 세정에 맞춘 조세법 혁신
디지털 세금 제도의 완전한 구현을 위해 상투메 정부는 2023년 신 조세행정법(Legislação Fiscal Eletrónica)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전자 인보이스 발행 의무화, 온라인 인증서 기반 서명 제도, 디지털 장부 보관 기간 설정, 데이터 위변조 처벌 규정 등 핵심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세정 전용 법률로 아프리카 소국 중 최초 사례에 해당한다.
또한 국세청은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보안지침 등과 연계해 시스템 운영 중 발생 가능한 보안 위협에 대응하고 있으며, EU의 GDPR 일부 요소를 현지화하여 적용하고 있다. 법률 기반 정비를 통해 디지털 세금제도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점은 향후 외국계 투자자에게도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인프라와 인력 문제: 디지털 전환의 현실적 제약
상투메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구조적으로 잘 설계되었지만, 인프라 부족과 인력 양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과제다. 수도 외곽 지역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정전이 빈번해 시스템 접근 자체가 어렵다. 또한 납세자 대부분이 디지털 문해력이 낮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세청 직원들조차 전체의 30%만이 전자 신고 시스템을 숙련도 있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국 7개 지역에 이동형 세무 교육 버스(Autocarro Fiscal Digital)를 운영하며, 현장 방문 교육, 영상 시청, 실습 중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개선보다는 장기적 납세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 기반 마련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디지털 세금 제도의 국제 기준 정합성과 투자자 신뢰
상투메 프린시페는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해 국제 사회의 조세 투명성 기준에도 부합하려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OECD의 BEPS 체계 일부 항목을 시범 반영하고 있으며, 향후 국제 자동정보교환(CRS) 체계에 가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국세청은 2024년부터 외국계 기업에 대해 전자 세무 대시보드 제공을 의무화하고, 다국적 기업의 납세 정보에 대한 연 1회 공시 정책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접근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디지털 기반 조세 인프라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외국계 기업들은 자신들의 세무 정보가 디지털로 안전하게 처리되고, 불필요한 행정 간섭 없이 시스템적으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상투메를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결론: 작은 섬나라가 보여주는 조세 디지털화의 본보기
상투메 프린시페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순한 행정시스템 개편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과 투명한 국가 운영을 위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다. SISTEMA 플랫폼을 통한 인보이스 자동화, 간이 납세자 포용, 관광세 연계, 전자 신고 센터 운영 등은 아프리카에서 보기 드문 정교한 시스템을 보여준다. 여기에 법제도 정비와 국제 기준 수용, 납세자 교육 확대까지 이어지며, 디지털 세금 제도는 이 작은 나라의 핵심 행정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직도 인프라 부족, 디지털 문해력 한계, 인력 부족 등의 과제가 존재하지만, 상투메는 조세 행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행정의 신뢰성과 경제의 기반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나라는 인구 22만 명이라는 한계를 넘어, 아프리카 소국 최초의 전자 세정 선도국이라는 타이틀에 가까워지고 있다.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지 세금 기술이 아니라, 국가 미래 전략 그 자체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상투메 프린시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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