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금제도

벨리즈 디지털 세금 제도: 숨겨진 조세 회피 전략의 허와 실

mongsnews 2025. 7. 1. 16:27

벨리즈는 오랫동안 국제 조세 회피처로 분류되어 왔다.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이 작은 국가는 낮은 세율, 비공개 금융 시스템, 외국인 소득 비과세 정책 등으로 인해 다국적 기업과 고소득 개인들의 절세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2019년 이후 국제사회, 특히 OECD와 EU의 압박에 따라 벨리즈는 자국의 세금 제도와 행정 투명성에 대해 급격한 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벨리즈는 단순히 외국 자본을 유입시키기 위한 조세 피난처의 이미지를 벗어나, 디지털 기반 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합리적인 세정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특히 디지털 유목민, 프리랜서, 온라인 기업 등 디지털 소득 기반 납세자가 증가하면서 기존의 폐쇄적 시스템으로는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벨리즈 디지털 세금 제도 숨겨진 조세 회피 전략의 허와 실


이 글에서는 벨리즈가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세금 제도를 도입했는지, 그 구조와 한계는 무엇인지, 조세 회피 전략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 제도가 실제 외국인이나 기업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4개의 문단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벨리즈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배경과 구조적 특징

벨리즈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2019년 OECD의 블랙리스트 등재를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당시 벨리즈는 외국 소득 완전 면세, 기업 정보 비공개, 세무 투명성 부재 등의 이유로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 조세 기준을 반영한 디지털 세정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그 결과 2020년부터 시행된 개정 세법은, 국내에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의 면세 혜택을 폐지하고, 일정 매출 이상을 기록하는 기업에 대해 소득세 신고와 납부 의무를 디지털 방식으로 이행하도록 규정하였다. 벨리즈 국세청(Income and Business Tax Department)은 이를 위해 eTax Belize라는 전자신고 플랫폼을 개발하였고, 기업 및 개인사업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세금 신고와 납부를 해야 한다.

벨리즈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등록-신고-검토-납부’의 4단계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외국인도 납세자 등록번호(TIN)를 발급받아 전자 신고를 할 수 있다. 다만, 신고 항목은 제한적이고, 시스템 완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 과세 집행의 신뢰성과 정밀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벨리즈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조세 회피처가 아니라, 디지털 소득과 기업 활동을 실제로 감시하고 과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조세 회피 전략의 진화와 벨리즈의 ‘합법적 회피’ 시스템

벨리즈가 디지털 세금 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서 조세 회피 전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세법 아래에서 회피 방식은 더 정교하고 법률 친화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벨리즈는 여전히 외국 소득에 대한 면세 조항, 로컬 뱅킹과 국제 뱅킹의 분리 구조, 법인 간 수익 이전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벨리즈 내에 등록된 IBC(International Business Company)는 여전히 국내 영업 실체가 없을 경우, 과세 면제 또는 1% 수준의 세율만 부담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개발, 운영, 결제를 분산시켜 수익을 벨리즈로 이전한 뒤, 세율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벨리즈는 아직까지도 디지털 거래소, 블록체인 기업,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명확한 과세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기반의 사업자나 프리랜서가 소득을 벨리즈 법인을 통해 처리하면 사실상 과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가 남아 있다. 물론 이는 ‘불법’은 아니며, 벨리즈 정부 역시 이를 정식 사업 구조로 인정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벨리즈의 디지털 세금 제도가 ‘정책 개혁’과 ‘회피 전략 허용’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합법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세수를 최소화하는 구조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외국인 사업자와 프리랜서를 위한 제도적 유연성

벨리즈는 여전히 외국인을 위한 조세 전략 국가로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은 실체 없는 IBC 설립, 현지 은행 계좌 개설, 전자 신고 계정 등록까지 모두 온라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타국에 비해 매우 간단한 절차로, 빠르면 3~5일 내에 법인 설립과 신고 등록이 완료된다.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이후에도, 외국인 법인은 법정 회계 감사 의무가 없으며, 매출 규모가 작을 경우 연간 보고서 제출 의무조차 면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벨리즈는 여전히 중소 규모 디지털 창업자, 유튜버, 온라인 코치, 글로벌 프리랜서 등에게 매우 실용적인 세금 기지를 제공한다.

또한 벨리즈 정부는 외국인의 현지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Qualified Retired Persons(QRP) 프로그램과 함께, 디지털 근로자 전용 장기 체류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디지털 프리랜서가 벨리즈에 거주하면서 현지 법인을 활용해 과세 최적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단, 이러한 유연성은 국제사회 기준에서 볼 때 조세 투명성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구조이며, 향후 규제 강화나 제도 변경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 조세 실험국으로서 벨리즈의 한계와 과제

벨리즈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조세 정의를 향한 진일보로 평가될 수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한계와 국제적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첫째, 전자세금 시스템의 접근성과 안정성은 유럽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로그인 오류, 신고 누락, 서버 과부하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며, 과세 당국의 기술적 대응 능력도 제한적이다.
둘째, 벨리즈는 세무 정보 자동 교환 제도(CRS)에 가입해 있지만, 실제 정보 교환 빈도와 품질은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는 디지털 기반의 수익 흐름을 정확히 추적하고,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을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셋째, 벨리즈는 여전히 국제금융기구나 일부 국가에서 회색 리스트 혹은 감시 대상국으로 분류되어 있어, 해외 결제 서비스 연결, 글로벌 은행 이용, 전자화폐 라이선스 취득 등에서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리즈는 자체적인 디지털 세정 실험을 통해 세정 시스템의 글로벌화를 향해 천천히 전진 중이다. 기존의 조세 회피 전략과 새로운 디지털 납세 정책이 혼재되어 있는 지금의 상태는 완전한 개혁과 회피 사이에서의 균형 실험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