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국가다. 이 놀라운 결정을 내린 국가의 조세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오랜 내전과 빈곤, 그리고 행정의 부재로 인해 낙후된 조세 인프라를 가지고 있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전통적인 세금 징수 체계로는 더 이상 국가 운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는 디지털 세금 제도를 핵심 축으로 삼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세무 실험에 착수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술적 전환을 넘어 국가 신뢰 회복과 재정 자립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대전환이었다. 특히 국가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조세 시스템을 실험적으로 도입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다. 디지털 세금 제도는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있으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이 제도를 통해 비전통적 방법으로 행정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낙후된 조세 체계와 암호화폐 선택의 배경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기존 조세 시스템를 사실상 국가 전반의 기능 부재로 반영하고 있었다. 세무소는 극소수 지역에만 존재했고, 대부분의 국민은 납세자 등록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과세 대상 소득이 파악되지 않아 세금 징수 자체가 불가능한 사례가 다반사였고, 종이 기반의 세무 행정은 비효율성과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납세율은 매우 낮았고, 조세 수입은 국가 예산의 극히 일부분만을 차지했다.
더불어 화폐 가치의 불안정과 인플레이션은 국민의 거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암호화폐의 도입을 통해 통화 신뢰를 복원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을 행정 시스템에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었던 것이다.
디지털 세금 제도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국민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전통 은행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바일 중심의 블록체인 기반 납세 시스템은 매우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통한 납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조세 수입을 투명하게 추적하며, 동시에 국민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세금 제도의 설계 방식과 운영 구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2022년, 디지털 세금 제도 개혁을 본격화하며 ‘상고 프로젝트(Sango Project)’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체 암호화폐인 ‘상고코인(Sango Coin)’을 중심으로 구축되며, 조세 행정 전반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기능은 납세 등록, 신고, 계산, 납부, 고지 및 검증을 온라인에서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며, 이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록된다.
특히 납세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한 정부 지정 앱을 통해 소득을 입력하고, 그에 따라 실시간 환율을 반영한 세액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세금은 비트코인이나 상고코인으로 납부할 수 있으며, 영수증은 NFT 형식으로 발급되어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증빙자료로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납세 프로세스를 넘어, 조세 데이터의 투명성과 영속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중복 과세, 탈세, 허위 신고를 줄이고, 동시에 고위 공무원과 납세자 사이의 부패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모든 납세 기록이 블록체인에 저장되므로, 중앙행정은 실시간 세수 흐름을 파악하고 예산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순히 세금을 걷는 절차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재정 및 행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게 된다.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한 행정 신뢰 회복과 과제
디지털 세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점진적으로 국민과 정부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무원이 임의로 세액을 조정하거나, 실제 납부액보다 적은 금액만 국고에 귀속시키는 일이 빈번했지만, 지금은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므로 이런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세금을 납부한 국민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정부 보조금, 의료 서비스, 교육 혜택 등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즉, 세금 납부가 단순한 국가의 요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리와 혜택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납세를 회피 대상으로 인식하던 기존의 문화에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디지털 문해력의 격차가 문제로 지적된다. 지방의 낙후된 지역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아, 새로운 시스템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세액 산정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국가의 세입 예측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셋째,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은 높지만, 그 운영에 필요한 기술 인력과 관리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장기적 운영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납세자 대상 교육과 공무원 연수를 병행하고 있다. 동시에 암호화폐 기반 조세 시스템에 필요한 환율 안정화 장치도 설계 중이며, 외부의 자문을 받아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낙후에서 혁신으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보여준 조세 미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디지털 세금 제도 실험은 단순한 기술 도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국가 전체가 낙후된 행정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통적이지 않은 경로를 통해 근본적인 개혁을 시도한 사례다. 암호화폐를 납세 수단으로 채택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한 조세 기록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이 나라는 국제적 논란 속에서도 새로운 조세 질서를 실험하고 있다.
이 실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기술을 도구로 국가 신뢰와 행정 투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세금 제도는 국가 운영의 기초이며, 이제 이 나라는 그 기초를 전통적 방식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있다. 향후 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기술을 통한 거버넌스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지 세금을 걷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를 다시 설계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도전은 지금도 전 세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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