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금제도

투발루는 왜 디지털 세금 제도를 클라우드로 옮기고 있을까

mongsnews 2025. 7. 27. 20:12

투발루는 태평양 남서부에 위치하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은 나라다. 전체 인구는 1만 2천 명이 채 되지 않으며, 평균 해발 고도는 단 2미터에 불과하다.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리적 국가 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처럼 실존의 위협을 겪고 있는 투발루는 놀랍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세금 제도 구축이다.

세금 제도는 국가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다. 하지만 투발루처럼 극도로 제한된 행정 자원과 취약한 인프라를 가진 소국에서 세금 행정의 전산화는 단순히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국가 시스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만약 섬이 완전히 침수되더라도 국가의 법적 정체성과 행정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투발루 정부로 하여금 ‘디지털 주권’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투발루의 디지털 세금 제도를 클라우드로

이 글에서는 투발루가 디지털 세금 제도를 어떤 방식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왜 그것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옮기고 있는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해수면 상승과 국가 디지털화의 시작점

투발루는 오래전부터 외국 원조와 이민자 송금에 의해 재정적으로 의존해왔다 . 국내 산업은 어업과 관광업에 제한되어 있으며, 그마저도 기후변화로 타격을 입고 있다. 국가 수입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인터넷 국가 코드 도메인인 .tv의 라이선스 판매 수익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가 운영을 위한 재정 확보 수단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세금 제도 자체도 오랫동안 단순한 구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투발루 정부는 물리적인 영토 보존과 함께 ‘디지털 국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행정 기록, 법률 문서, 재정 데이터 등을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서버를 통해 정부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등장한 영역이 바로 세무 시스템이었다. 정부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세금 신고, 납부, 기록 보관 체계가 더 이상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에 따라 전면적인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을 결정하게 된다.

 

디지털 세금 제도를 도입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투발루와 같은 소국에게는 무엇보다도 행정 인력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기존에는 납세자가 정부 부처를 직접 방문해 문서로 세금 신고를 하고, 그 문서를 일일이 회계 담당자가 정리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하면 모든 신고와 납부가 자동화되며, 시스템 자체가 회계 기록과 보고서를 생성하기 때문에 인력 운용에서 큰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투발루는 바로 이러한 행정 효율성 극대화와 재정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 아래 디지털 세금 제도 구축을 본격화했다.

 

클라우드 기반 세정 시스템의 기술적 구조와 운영 방식

투발루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형태 중 하나다. 이는 단지 서버와 웹사이트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완전한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정부는 오세아니아 지역의 국제 NGO 및 IT기업들과 협력하여 세금 행정 플랫폼을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에 이중 저장하는 형태로 설계하였다. 이 시스템은 전자 납세, 온라인 신고, 자동 계산 및 회계 보고, 실시간 감사를 모두 지원하며, 모든 국민과 기업이 디지털 ID를 통해 접근 가능하게 되어 있다.

 

투발루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부가가치세, 소득세, 라이선스 비용, 관광세 등 다양한 세목을 관리하고 있으며, 모든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 기반 로그로 저장된다. 이렇게 하면 섬이 자연재해로 인해 물리적으로 사라지더라도 국가의 회계기록과 재정정보는 전 세계 어디서든 재구성할 수 있다. 또한 외국 기업이나 국제 기관과의 계약도 디지털 세금 제도 시스템을 통해 신고되고, 계약서와 세금 내역이 동시에 보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이 시스템은 ‘디지털 망명정부’ 개념과도 연결된다. 만약 투발루가 물리적인 영토를 상실하게 될 경우, 정부 자체는 클라우드상에서 계속 존재하게 되며, 디지털 세금 제도는 그 중심적인 행정 기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미 투발루는 UN과 국제 법률기구에 이 시스템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는 향후 다른 기후위기 국가들에게도 모델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한 국제 신뢰 확보와 지속 가능성 전략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국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투발루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재정 원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회계 투명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디지털 세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정부는 모든 재정 흐름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감사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외국 정부나 국제 원조기관에게 더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로 원조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발루는 이 시스템을 통해 국제 조세 정보 교환 협약(CRS)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고, 글로벌 자금세탁 방지 기준(AML/CFT)도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투발루가 외부 투자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공공재정 사용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모든 예산 집행 내역이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기록되고 공개되기 때문에, 부정부패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디지털 세금 제도는 큰 장점을 제공한다. 투발루는 에너지 자원이 제한적인 국가이므로, 전통적인 서버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은 초기 비용은 다소 높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지 비용이 낮고, 시스템의 안정성이 높아 에너지와 자원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선택이다. 따라서 투발루는 디지털 세금제도를 통해 행정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물리적 영토가 아닌 디지털 세무로 남는 국가의 실험

투발루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사례다. 세금 제도라는 것이 보통은 국가의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물리적인 기반 시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투발루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육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국가의 행정과 재정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세무 시스템이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납세자 편의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투발루라는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시스템이다. 디지털 세금 제도는 세금 수입 그 자체보다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의 행정 정체성, 국제 협력의 신뢰성,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디지털 국토’의 의미다.

 

투발루가 보여주는 이 디지털 세무 시스템의 실험은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질 위험이 있는 다른 소규모 국가들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물리적인 국경이 사라져도, 디지털 세금 제도가 존재한다면 국가는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21세기 국제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투명성과 신뢰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