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금제도

기니비사우가 디지털 세금 제도로 행정 투명성을 회복하려는 방식

mongsnews 2025. 7. 29. 23:20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인 기니비사우는 오랜 정치 불안과 경제 침체 속에서도 독립적인 길을 걸어온 국가다. 그러나 경제적 자립은 여전히 요원하고, 그 핵심에는 조세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기니비사우는 1974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이후 쿠데타, 정권 교체, 부정부패가 반복되면서 행정력과 세수 기반이 무너졌다. 세금은 일부 엘리트 기업인이나 외국 자본에는 유예되거나 면제되는 반면, 일반 시민과 중소사업자는 복잡한 신고 절차와 비효율적인 세무 구조에 방치됐다.

 

특히 중앙정부가 납세자 정보를 일관되게 관리하지 못하면서, 세수의 투명성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세금 징수는 지역 세무소 단위로 이뤄졌지만 수작업 기록이 기본이었고, 이는 부정확하고 불일치하는 자료로 이어졌다. 이 같은 행정 오류는 곧바로 조세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고,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 기반마저 흔들렸다. 이런 배경 속에서 기니비사우 정부가 주목한 해법이 바로 ‘디지털 세금 제도’였다. 과거에 수기로 이루어졌던 비효율적인 조세 절차를 전자화하고, 행정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전략이 그것이었다.

기니비사우의 디지털 세금 제도로 행정 투명성 회복

기니비사우는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해 단순한 시스템 전환을 넘어서, 국민과의 신뢰 회복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목표를 세웠다. 디지털화된 세무 시스템은 투명하고 일관된 납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부패와 비효율로 얼룩진 과거의 행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그리고 지금, 이 조용한 혁신이 기니비사우의 재정과 행정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주목할 만한 시점에 와 있다.

 

낙후된 세무 구조, 국민 신뢰 붕괴의 근본 원인

독립 이후 지금까지 기니비사우는 중앙 집중형 세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실제로 2019년까지도 납세자는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 수기로 양식을 작성하고, 납부 확인증 역시 종이로 발급받는 체계였다. 이는 전산화된 기록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며, 국세청은 납세자의 이력, 소득, 누락 여부를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여러 지역의 세무 공무원들이 각기 다른 기준으로 세액을 계산하거나, 현금 납부를 유도하며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러한 구조는 조세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고, 납세를 의무가 아닌 억압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됐다.

 

그뿐만 아니라, 부패는 정부 내부에서도 심각한 문제였다. 일부 대형 수입 기업은 정치권과의 결탁을 통해 세금 면제나 연기 조치를 손쉽게 받아냈고, 이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조세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은 납세 회피를 정당화하는 사회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국가 재정의 취약성으로 드러났고, 정부는 국제기구의 지원에 의존해 예산을 편성하는 불안정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디지털 세금 제도는 이와 같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이 제도는 정보가 일관되지 않고, 사람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불투명한 행정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해 도입됐다. 세금 징수의 과정이 전산화되고, 중앙 서버에서 납세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하게 되면, 더 이상 개인의 재량으로 세액을 조정하거나 자료를 은폐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즉, 기술을 통해 '불공정한 조세 관행'을 근본부터 제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기니비사우의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구조와 작동 방식

기니비사우 정부는 2021년부터 세계은행과 서아프리카경제통화연합의 기술 지원을 받아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SIGERE’라는 이름의 통합 전자세무관리시스템이다. SIGERE는 납세자의 등록, 소득 신고, 세금 납부, 납부 확인서 발급, 세무 감사 이력까지 한 플랫폼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구조로 설계됐다.

 

납세자는 고유 전자식 등록번호를 발급받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속한 세목을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신고할 수 있다. 시스템은 각 납세자의 소득 범주와 사업 유형에 따라 신고 서식을 자동으로 불러오고, 세액도 자동 계산한다. 세금은 은행 계좌 연동을 통해 납부할 수 있으며, 납부가 완료되면 즉시 디지털 납부 확인서가 생성된다. 이러한 절차는 종이 문서를 완전히 대체하며, 위·변조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또한 SIGERE 시스템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도입해 이상 징후 탐지를 가능하게 했다. 소득 신고와 매출 자료가 불일치하거나, 과거 납세 이력과 현재 수익 수준이 급격히 차이나는 경우, 해당 납세자는 자동으로 고위험 분류에 올라 세무조사 대상으로 지정된다. 이러한 기능은 세무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을 줄이고, 과세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처음으로 '국세청 내부 업무 표준화'를 실현했다. 과거에는 지역별 세무소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업무를 처리했지만, 이제는 모든 납세 관련 절차가 시스템 내에서 일괄 처리되기 때문에 행정 처리 속도와 일관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처럼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지 납세 편의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조세 정의 실현의 기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한 행정 신뢰 회복과 경제적 파급 효과

기니비사우 정부는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해 국민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납세자는 이제 세금이 어떻게 부과되고,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과세 = 억압’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고, 세금이 곧 공공서비스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이후, 국세청은 각종 행정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매년 징수 실적, 납세자 수, 세목별 분포, 체납율 등을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제공하며, 이 정보는 납세자의 신뢰 회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세무 관련 민원도 온라인으로 접수받고, 정해진 기한 내에 처리 여부를 시스템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납세율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행정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기구와의 신용 협상 과정에서 디지털 세무 시스템 구축은 투명성 보장의 증거로 작용하며, 재정지출의 효율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니비사우는 청년 창업자와 중소기업에게 디지털 납세 시스템을 연계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비공식 경제 영역을 점차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에는 등록되지 않았던 자영업자들이 이제 시스템에 가입해 세무 자료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전체의 세원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투명한 세금은 신뢰받는 국가의 시작점이다

기니비사우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지 기술 도입이 아닌, ‘신뢰 재건’이라는 사회적 프로젝트다. 납세 행위는 단순한 의무를 넘어서, 국가와 국민 간 신뢰의 상징이자, 공공의 책임을 공유하는 메커니즘이다. 기니비사우는 이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사실을 회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이라는 수단을 선택했다.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던 과거의 조세 시스템을 벗어나기 위해, 행정 절차를 시스템화하고, 세금의 흐름을 명확하게 공개하며, 과세 주체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다.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 지역에서는 디지털 납세가 여전히 어려우며, 고속 통신 인프라 부족도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세금 제도는 기니비사우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정 자산’을 구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제도는 단순한 조세 관리 시스템이 아닌, 국가가 사회를 향해 다시 신뢰를 요청하는 첫걸음이자, 미래를 위한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