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해안에서 대서양으로 약 500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섬나라인 카보델가도는 1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이다.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에 속해 있지만 정치·행정 시스템은 유럽과 아프리카의 혼합 형태를 띠고 있다. 한때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이 나라는 독립 이후 나름의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지만, 세무 행정과 재정 투명성에서는 오랫동안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세무 정보가 종이 문서로 관리되던 시기에는 납세자 정보가 분산되고, 징수 내역과 국세 통계가 일치하지 않아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졌다.
카보델가도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디지털 세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과거의 낡은 시스템을 완전히 재설계하고, 디지털화된 조세 시스템을 통해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이 제도는 단순한 세무 전산화를 넘어서, 디지털 기반의 납세자 중심 행정을 구현하려는 전략이다. 세금이라는 민감하고 중요한 영역에서 디지털 혁신을 시도한다는 것은, 단지 편의성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 신뢰 회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카보델가도가 추진하는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조세 징수의 정확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 유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국제 협약 이행 등 국가 전반의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카보델가도가 왜 지금 이 시점에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을 결단하게 되었는지, 그 기술적 구조와 운영 방식은 어떤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전략적 가치와 과제는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낡은 세무 시스템의 신뢰 위기, 디지털이 해법이 되다
카보델가도는 오랫동안 수기 기반의 행정으로 세무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국세청의 데이터베이스는 각 지역 세무소에서 개별적으로 관리되었으며, 이는 전체적인 세수 집계에 혼선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실제로 2018년 국세청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15퍼센트에 해당하는 납세 정보가 중복되거나 누락된 상태였고, 기업들이 제출한 소득 자료와 국세청이 확인한 납세 기록 간의 불일치율은 27퍼센트에 달했다. 이처럼 정보가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납세자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또한 탈세 문제도 심각했다. 사업자 등록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고, 세금 납부 역시 은행 지점이나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납세를 성실히 수행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형평성에 대한 문제 의식이 생겼고, 이는 전반적인 세무 질서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더욱이 세금 신고를 대행하는 회계사와 세무사가 부족했기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적법한 절차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부터 디지털 세무 개혁을 준비해왔다. 특히 공공행정정보국과 재무부, 통신부가 협력해 조세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전하고, 디지털 포털을 통해 실시간으로 납세 신고와 납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디지털 세금 제도’라는 이름 아래 통합적으로 운영되며, 행정의 신뢰 회복이라는 목표를 중심에 두고 설계됐다. 이제 국민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납세 기록을 조회할 수 있고, 소득 신고서와 납세 고지서도 디지털 형식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카보델가도의 디지털 세금 제도 구조와 운영 방식
카보델가도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세무 행정의 모든 절차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통합 시스템이다. 핵심은 ‘전자 납세 포털’이라는 웹 기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납세자 등록, 소득신고, 세금계산, 전자 납부, 납부 증명서 발급, 세무 상담 예약 등 모든 기능을 지원한다. 기업과 개인 모두 전자식 식별번호(TIN)를 부여받아 로그인하며, 시스템은 사용자 유형에 따라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오픈소스 기반의 ERP 시스템을 채택했으며,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백업과 데이터 암호화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세금 항목별로 자동 계산 로직이 포함되어 있어 신고 과정에서 오류를 줄이고 있으며, 기존 종이 서류가 필요했던 면허 갱신이나 회계 자료 첨부도 전자 문서 첨부 기능으로 대체되었다. 디지털 세금 제도의 가장 큰 강점은 이처럼 납세자에게 일관된 절차와 투명한 정보 제공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제도는 세무 당국의 업무 효율성도 크게 높였다. 국세청은 이제 수기로 입력하거나 중복된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며, AI 기반 신고 누락 감지 시스템을 통해 고위험 납세자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화는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평가되는 점은, 납세자와 세무 당국 간의 ‘불신’을 줄이고, 모든 절차가 시스템 내에 기록되면서 그 투명성이 제고되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해 달라진 기업 환경과 정책 방향
카보델가도 정부는 디지털 세금 제도를 단순한 행정 개혁이 아닌,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 나라는 관광, 해운, 수산업 외에는 산업 기반이 약하며,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제 회계 기준 준수와 세정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디지털 세금 제도는 이러한 국제적 요구에 부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기업 운영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이제 외국 기업은 온라인으로 법인을 등록하고, 세금 납부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의무를 명확하게 이행할 수 있으며, 세무 감사에 대비한 데이터 역시 시스템 내에서 자동 보관된다. 특히 창업 3년 이내의 스타트업에게는 일부 세금 항목 면제나 납부 유예 등의 혜택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조치는 카보델가도를 단순한 섬나라가 아니라, 스타트업 친화적 국가로 포지셔닝하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다.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국세 관련 업무의 90퍼센트를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전자 인보이스 시스템과 국가 간 조세 정보 자동 교환 시스템을 함께 개발 중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가의 디지털 역량을 외교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세금은 정부 신뢰의 척도, 디지털이 그 신뢰를 복원하다
카보델가도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지 세무행정을 온라인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운영이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술로 입증하려는 시도다. 작은 나라일수록 정부의 시스템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며, 복잡하거나 불투명한 절차는 곧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카보델가도는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디지털 세금 제도를 국가 운영의 핵심 도구로 끌어올리고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 존재한다.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남아 있고, 일부 지역은 인터넷 환경이 열악하다. 사이버 보안 인프라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이 나라는 디지털화가 얼마나 효과적인 제도 혁신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이제 카보델가도의 경험은 비슷한 조건의 다른 개발도상국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정부 신뢰 회복은 정책이 아니라 ‘행동’에서 출발하며, 그 행동의 도구가 디지털 세금 제도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작은 나라가 전하고 있다.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 카보델가도는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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