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경제를 넘어 디지털 세금 제도로 행정 혁신을 시도하는 에리트레아
에리트레아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공화국이며 홍해 연안을 따라 자리 잡은 작은 국가로, 북쪽으로는 수단, 남쪽으로는 지부티와 접하며, 서쪽으로는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1993년 독립 이후, 이 나라는 독특한 경제 체제를 유지해 왔다. 국제 금융 시장과의 연결이 제한적이며, 외환 거래와 무역 절차는 정부가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폐쇄적인 경제 구조는 한편으로 국가의 자주성을 지켜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제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어 왔다.
세정 시스템 역시 이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세금 신고는 여전히 종이 문서로 작성됐고, 회계 검토는 세무 공무원이 수동으로 진행했으며, 세금 납부는 지정 은행 창구에서 현금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자료 분실과 처리 지연, 부패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2020년대 초, 에리트레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재정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세금 제도, 즉 세무 전산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납세 방식을 전자화하는 수준을 넘어, 세무 행정 전반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기는 대규모 구조 개혁이었다. 그러나 경제 폐쇄성과 낮은 디지털 인프라 수준을 감안하면, 이 도전은 결코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었다.
에리트레아의 폐쇄 경제 구조가 세무 전산화를 필요로 하다.
에리트레아는 오랫동안 경제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외환 보유액을 엄격히 관리하고, 무역 허가증 발급 절차를 복잡하게 두어 수입과 수출의 흐름을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세수의 상당 부분이 항만세, 수출입 관세, 기업 법인세, 그리고 일부 부가가치세 형태로 확보됐다.
문제는 이러한 세원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세금 부과 기준이 일관되지 않았고, 동일 업종의 기업이라도 담당 세무 공무원에 따라 부과액이 달라졌다. 세금 징수 기록이 디지털화되지 않아 중복 징수나 누락이 빈번히 발생했으며, 회계 감사 역시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부가 전산화를 추진하게 된 핵심 이유는 ‘세정 투명성’ 확보였다. 전자 시스템이 도입되면 모든 신고, 부과, 납부 기록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부패 가능성이 줄어든다. 또한, 무역 거래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세금 정산이 빨라져 해외 투자자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다. 이는 폐쇄 경제라도 국제 무역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였다.
인프라 부족이 디지털 세금제도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다.
에리트레아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터넷 보급률은 약 13%에 불과하고, 광대역 네트워크는 수도 아스마라와 일부 항만 도시를 제외하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력 공급도 안정적이지 않아 하루에도 몇 차례 정전이 발생하는 지역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 전국 단위의 전자 세금 시스템을 한 번에 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부는 ‘단계적 전산화’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우선 수도권의 대기업과 주요 세무 관서, 그리고 마사와(Massawa)와 아사브(Assab) 항만의 세관 업무부터 전산화를 도입했다. 이 지역들은 국가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외국 기업과의 무역이 활발하기 때문에 전산화의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버 인프라는 정부 데이터센터와 함께 해외 파트너사의 클라우드 서버를 병행 활용했다. 이는 물리적 장비의 부족을 보완하고, 전력 불안정으로 인한 데이터 손실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 초기 단계에서는 하루 단위로 오프라인 백업을 의무화해 시스템 오류에 대비했다.
세무 전산화는 납세 투명성과 정부 신뢰 회복의 핵심 수단이 되다.
기술 인프라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사람의 문제였다. 세무 공무원 다수가 수기 장부 작성과 계산기에 익숙했지, 회계 소프트웨어나 전자 신고 시스템을 다뤄본 경험이 없었다. 심지어 일부 지역 사무소에서는 컴퓨터 자체가 한두 대에 불과했다.
정부는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세무 전산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교육 내용은 기초 컴퓨터 활용부터 시작해 전자 납세 시스템 로그인, 데이터 입력, 온라인 결제 연동, 보안 절차까지 단계별로 구성됐다. 또한, 민간 부문에서도 기업 회계 담당자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전자 신고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 시범 기간에는 벌금이나 가산세를 면제하고, 시스템 사용에 따른 세액 공제를 제공해 초기 참여를 유도했다.
교육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수도권과 항만 세관에서는 전자 세금 신고 비율이 1년 만에 60%를 넘어섰고, 처리 속도도 기존보다 평균 40% 이상 단축됐다.
디지털 세금제도가 에리트레아의 재정 데이터 활용을 혁신하다.
에리트레아 국민은 국가의 정보 수집에 대해 민감하다. 정부가 전산화를 통해 모든 거래 기록을 추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고, 이는 초기 도입 과정에서 상당한 저항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세무 데이터 보호 헌장’을 제정했다. 이 헌장은 세무 데이터의 사용 목적을 조세 부과와 납세 확인에 한정하고, 다른 정부 부처나 기관이 임의로 접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또한, 전자 신고와 결제 과정에서 다중 인증 절차와 데이터 암호화를 의무화했다.
보안 강화 조치는 국제적 신뢰 확보에도 기여했다. 해외 원조 기관과 무역 파트너들은 에리트레아의 세정 시스템이 국제 표준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는 향후 무역 협정 체결이나 원조 협상에서 중요한 신뢰 자산이 될 수 있다.
국제 사회는 에리트레아의 세무 전산화 움직임을 주목하다.
세무 전산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에리트레아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가능하다. 우선 무역 절차가 빨라져 해외 기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전자 세금제도를 통해 수출입 물품의 세금 계산이 자동화되면, 거래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제 거래 비용이 줄어든다.
또한, 전산화로 축적된 세수 데이터는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된다. 정부는 업종별 세수 변동을 분석해 특정 산업에 대한 세율 조정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데이터가 외국인 투자 유치와 국가 신용 등급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세무 전산화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국가의 행정 운영 철학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폐쇄 경제 속에서도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면, 에리트레아는 점진적인 개방과 국제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디지털 세금 제도가 에리트레아의 경제 개방을 이끌고 있다.
에리트레아의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과정은 단순한 행정 혁신의 범주를 넘어선다. 이 나라는 오랜 기간 폐쇄 경제라는 고유한 구조 속에서 외부와의 연결보다 내부 통제와 안정성을 우선시해 왔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무역과 투자 흐름의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에리트레아는 국제 시장에서 고립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세무 전산화의 가장 큰 가치는 ‘투명성과 신뢰’에 있다. 종이 기반 행정은 그 자체로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부패와 자료 누락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반면 전자 시스템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누구나 규정된 절차를 통해 동일한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납세자와 정부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법과 규정이 일관되게 적용된다는 신뢰를 형성한다.
또한, 디지털 세금 제도는 에리트레아의 경제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세수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축적되면, 정부는 업종별, 지역별, 계절별로 세입 변동을 분석해 보다 정교한 재정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거나, 불필요하게 높은 세율을 조정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에리트레아가 폐쇄적이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 현대적인 세정 체계와 데이터 기반 행정을 운영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면, 향후 무역 협상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인근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전산화를 서서히 도입하는 상황에서, 에리트레아가 앞서 나가면 지역 경제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인프라 확충, 인력 재교육, 보안 강화, 그리고 국민의 신뢰 형성까지 모든 단계에서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은 단기적인 세입 증가 이상의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 세무 전산화는 에리트레아가 21세기 행정 국가로 거듭나는 출발점이며, 장기적으로는 국제 사회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 핵심 토대가 될 것이다.
결국, 에리트레아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략적 결단이다. 전산화를 통해 확보되는 투명성과 효율성,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적 신뢰는 에리트레아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줄 것이다. 이 변화가 성공적으로 완성된다면, 에리트레아는 동아프리카에서 디지털 행정의 모범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며, 그 여정은 폐쇄 경제에서 개방과 혁신으로 나아가는 귀중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