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송금 경제를 디지털 세금 제도로 연결한 사모아의 전환 전략
인구 약 20만 명의 태평양 섬나라인 사모아는 경제 구조가 매우 단순한 편이다. 주요 수입원은 해외에서 일하는 사모아인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과, 전통적인 농업 생산물의 수출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구조는 세수 기반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송금은 대부분 개인 간 거래로 비공식적으로 이뤄져 과세가 불가능했고, 농업 거래 역시 현금 중심이라 세무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부는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하고, 행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 세금 제도였다. 이 제도는 사모아의 경제 현실에 맞춰 송금과 농업 분야 모두에 전자세정을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사모아 경제와 세정의 과거 한계
사모아의 경제는 GDP의 20% 이상이 해외 송금으로부터 발생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사모아인들은 주로 뉴질랜드, 호주, 미국 등지에서 일하며 가족에게 생활비나 학비를 보내는데, 이는 가계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금원이다. 하지만 이 자금은 공식 세무 시스템에 거의 기록되지 않는다. 세법상 송금 자체는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송금으로 유입된 자금이 상업 활동에 쓰이더라도 그 흐름이 행정망에 잡히지 않으면 세수 누락이 발생한다.
농업 부문도 비슷하다. 코코넛, 타로, 바나나 등의 작물이 수출되지만, 중간상인 중심의 유통 구조로 인해 거래 기록이 불투명했고, 세무 신고율도 낮았다. 과거 정부는 세무 인력을 늘리고 종이 기반 장부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려 했지만, 국토가 섬으로 분산된 지리적 특성 때문에 행정 효율성이 떨어졌다.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배경과 정책 결정 과정
사모아 정부가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된 계기는 2019년 아시아개발은행(ADB)과의 협력 프로젝트였다. ADB는 사모아의 세무 행정이 지나치게 수작업 중심이고, 데이터 기반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도 사모아의 세무 투명성 지수가 지역 평균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는 국제기구와 협력해 전자 납세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획을 세웠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는 두 가지였다.
첫째, 송금과 농업이라는 주력 산업을 어떻게 시스템에 편입할 것인가.
둘째, 국토가 섬으로 흩어져 있는 환경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이 논의를 바탕으로 사모아는 클라우드 기반 세무 플랫폼을 도입하고, 모바일 앱을 활용해 원격 신고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시스템 설계와 기술 인프라 구축
사모아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두 가지 축으로 설계됐다.
하나는 웹 기반 신고 포털이고, 다른 하나는 모바일 신고 애플리케이션이다. 웹 포털은 기업과 자영업자가 세금 신고, 납부, 영수증 발급을 모두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앱은 인터넷 속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오프라인 입력 후 접속 시 자동 동기화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정부는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 핫스팟을 30곳 이상 설치해 농촌 주민들도 세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모든 송금업체와 은행이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세무 당국에 전송하는 API를 구축해, 송금 흐름이 자동으로 기록되게 했다. 이 기술적 인프라는 사모아 경제의 디지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송금 경제와 디지털 세정의 연결 사례
송금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는 ‘거래 데이터의 자동 보고’였다.
과거에는 가족 간 송금이 비공식 네트워크나 소규모 송금 대리점을 통해 이뤄져 추적이 어려웠지만,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이후 모든 송금업체가 국가 시스템과 연동됐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 사모아로 송금이 들어오면 송금 금액, 발신자, 수취인의 기본 정보가 암호화된 형태로 세무 당국에 자동 전송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송금 자금이 사업에 사용될 경우 해당 거래를 세금 과세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 한 해 동안 이 제도로 인해 세수는 약 12% 증가했으며, 비공식 경제의 비중도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이 성과는 곧 농업 분야로의 확장 논의로 이어졌다.
농업 분야의 전자세정 적용 과정
농업 부문은 디지털 세금 제도의 또 다른 핵심 영역이다.
사모아 정부는 농산물 거래 시 의무적으로 전자 인보이스를 발행하도록 했다. 농부나 상인이 모바일 앱을 통해 판매 내역을 입력하면, 즉시 세무 당국의 데이터베이스로 전송된다. 이 과정에서 거래 금액과 수출 품목이 자동 기록돼, 세무 신고가 훨씬 정확해졌다.
특히, 수출업체는 물류 단계부터 전자 인보이스를 제출해야 하므로, 모든 수출 거래가 세무망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이 시스템 덕분에 농산물 수출세 신고율이 70%에서 95%로 상승했고, 탈세 적발 건수도 대폭 줄었다.
제도 도입 후 변화와 수치 기반 효과 분석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후 사모아의 세정 행정 효율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세무 신고 소요 시간이 평균 3일에서 24시간 이내로 단축됐고, 세무 인력의 현장 조사 빈도는 30% 이상 줄었다. 전자 인보이스 발급 건수는 첫해 5만 건에서 3년 차에는 18만 건으로 증가했다. 송금 기록 자동 보고로 인해 부정 거래가 감소했고,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복지 정책과 소상공인 지원 자금 배분을 더 정확하게 집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행정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졌으며, 국제 투명성 지수에서 사모아의 순위가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남은 과제와 향후 확장 시나리오
물론 도전 과제도 남아 있다.
첫째, 인터넷 인프라가 취약한 일부 외곽 섬에서는 여전히 신고 지연이 발생한다.
둘째, 디지털 세금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 농부와 소규모 상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사이버 보안 강화가 필수적이다. 향후 사모아 정부는 디지털 세금제도를 관광업과 어업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크루즈 관광객이 사모아에서 소비하는 금액을 실시간 집계해 세수로 연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작은 나라의 큰 도전
사모아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순한 행정 시스템 개선을 넘어 경제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송금과 농업이라는 두 축을 전자세정 체계 안으로 편입시킨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를 통해 세수 안정성을 확보하고, 행정 투명성을 높였으며, 국제기구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사모아는 디지털 세금 제도가 작은 나라일수록 경제 효율성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