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의 디지털 세금 제도 실험, 낙후된 세정에서 전자정부로 가는 길
서아프리카의 대서양 연안에 자리한 불어권 국가인 기니는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행정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낙후된 조세 구조로 인해 심각한 세수 문제를 겪어왔다. 구식의 세무 행정은 탈세를 부추기고, 국민과 정부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었으며, 이는 공공 서비스와 국가 재정 자립성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니 정부는 최근 디지털 세금제도 도입이라는 구조적 개혁에 착수했다. 이 개혁은 단순히 세무 양식을 전산화하는 차원을 넘어, 종이 장부 위주의 행정 문화를 뒤집고, 전자정부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기니는 수작업 중심의 행정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국가로 평가받는다. 납세자들은 여전히 세금 신고를 위해 지역 세무소를 방문하고, 수기로 작성된 양식과 손계산된 세액 고지서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패 가능성이 높고, 납세 기록이 일관되지 않아 세수 예측이 어렵다. 게다가 인구 대다수가 비공식 경제에 종사하고 있어, 정부는 소득 파악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기니 정부는 이 악순환을 끊고자 디지털 세금제도라는 기술 기반의 구조적 개편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세금 징수 도구가 아니라, 전자정부로 가기 위한 첫 실험이자, 행정 신뢰를 회복하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아날로그 세무 구조의 한계와 디지털 전환 필요성
기니의 세무 행정은 오랫동안 구식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세금 신고는 수기로 작성된 양식을 직접 세무 공무원에게 제출하는 방식이었고, 이러한 비효율적 절차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데이터 관리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세금 고지 역시 서면으로 이루어졌으며, 많은 경우 고지서 자체가 누락되거나, 중복 발송되어 납세자 혼란을 가중시켰다. 세무 공무원들은 납세자 정보를 장부에 기록했지만, 이 장부는 지역 세무소에 흩어져 있었고, 중앙정부는 실시간 세수 흐름을 파악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세무 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문해율이 낮고, 세금 제도에 대한 홍보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국민은 과세 대상임에도 신고를 하지 않거나, 고의로 누락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러한 조세 회피는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니 정부가 재정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기반 데이터를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수기 행정은 부패와 직결되는 구조였다. 납세자가 공무원에게 직접 서류를 제출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부정확한 신고가 이뤄지거나, 세액 감면을 대가로 한 부당한 금전 거래가 발생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는 국민이 세금 제도를 신뢰할 수 없고, 자발적인 납세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없었다. 기니 정부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해결할 수단으로 디지털 세금 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이 제도는 기존의 절차 중심 행정을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효율성과 투명성 모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니 디지털 세금 제도의 구성과 도입 경로
2021년부터 기니 정부는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협력하여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을 위한 기초 인프라 개발을 시작했다. 핵심은 'Système Fiscal Numérique de Guinée(SFNG)'라는 통합 세무 플랫폼 구축이다. 이 플랫폼은 납세자 등록, 세금 신고, 납부, 고지서 발급, 증빙자료 제출, 이의신청 등 모든 세무 관련 절차를 온라인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납세자 고유 번호 체계를 기반으로, 각 개인 및 사업체에 대한 소득과 납세 기록이 자동으로 연동되도록 구현됐다.
기니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먼저 수도 코나크리와 주요 대도시에서 시범 운영된 후, 점차 지역 도시로 확대되었다. 초기에는 법인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스템 이용이 시작되었지만, 이후 개인 사업자, 자영업자, 그리고 일정 소득 이상의 농업 종사자까지 범위가 확대되었다. 납세자들은 이제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의 납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전자 인보이스 시스템을 통해 거래 내역을 자동으로 신고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세금 제도에는 인공지능 기반 자동 세액 계산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납세자의 과세 대상 소득이 입력되면, 관련 공제와 세율을 적용해 자동으로 납부액이 계산된다. 납부는 은행 계좌 연동 또는 모바일 머니를 통해 진행되며, 고지서와 영수증도 전자 문서로 제공된다. 이 구조는 부정확한 신고나 부당 감면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동시에 납세자의 편의성도 크게 개선하였다.
기니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단순한 과세 효율 증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공공 재정 데이터의 통합과 예산 집행의 투명성 향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전자세금 플랫폼이 축적하는 데이터는 이후 사회복지, 보건, 교육 등 다양한 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이후 나타난 변화와 도전 과제
디지털 세금 제도 도입 이후 기니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행정 절차의 단순화와 국민의 세무 접근성 개선이다. 과거에는 서류 준비만 며칠이 걸렸던 세금 신고가 이제는 몇 분 만에 온라인에서 완료될 수 있게 되었고, 공무원과의 직접 접촉 없이도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납세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납세 의무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 역시 실시간 세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정밀한 예산 편성과 집행이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추정치에 근거해 수입과 지출을 계획했지만, 이제는 실제 납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 공공 자금 운용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도전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농촌과 외곽 지역의 인터넷 접근성이 낮아, 이 지역 주민들이 디지털 시스템을 원활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납세자 교육의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많은 국민이 아직도 디지털 시스템 사용법을 익히지 못했고,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접근성도 낮은 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납세자 디지털 역량 강화 캠페인'을 시작했고, 각 지역 세무소에 '디지털 신고 지원창구'를 설치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공무원 내부의 저항이다. 일부 공무원은 자신의 역할이 시스템에 의해 대체될 것을 우려하며, 디지털 시스템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교육을 확대하고, 시스템을 활용한 업무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 중이다.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한 기니의 전자정부 전환 실험은 시작됐다
기니의 디지털 세금 제도 실험은 단순한 세무 시스템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낙후된 조세 행정 구조를 해체하고, 신뢰받는 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적인 전환 시도다. 전자정부 실현은 디지털 세금제도를 중심으로 시작됐고, 향후 다른 행정 분야로 확장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는 조세 정의 실현, 국민과 정부 간의 신뢰 회복, 그리고 공공 행정의 효율성 제고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적 개혁이다.
기니는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해 행정 문화를 바꾸고 있으며, 이 변화는 조세를 중심으로 시작해 전자국가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고 있다. 향후 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기니는 서아프리카에서 디지털 행정 혁신을 선도하는 모델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하지만 구조적인 이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그 방향성은 분명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