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금제도

디지털 세금 제도로 낙후된 세정 체계를 개혁하려는 레소토의 시도

mongsnews 2025. 7. 31. 12:36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둘러싸인 내륙형 고산 국가인 레소토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독특한 지리적 조건과 국토 구조를 갖고 있다.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국가 전역이 위치한 이 나라는 기후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산업화가 매우 제한적이며, 인프라와 통신망의 구축조차 어렵다. 전통적으로 노동자 송금, 농업, 그리고 남아공과의 무역이 국가 경제의 주요 기반이었지만, 안정적인 조세 수입 구조는 갖추지 못한 채 수십 년간 재정적 취약성을 안고 살아왔다.

 

그런 레소토가 최근 국가 재정 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을 목표로 삼고, 조세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선언했다. 이 움직임은 단순한 전산 시스템 도입 수준을 넘어서, 국가 전체의 세정 철학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과거 수작업과 인력 의존에 매몰되어 있던 레소토 국세청은 이제 클라우드 기반의 세금 신고·납부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세금제도 도입을 통해 행정 신뢰 회복과 세수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하지만 이 여정은 쉽지 않다. 낙후된 인터넷 인프라, 디지털 소외 계층, 공무원 조직의 저항, 그리고 국민의 낮은 조세 인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소토 정부는 국제기구와의 협력 아래, 소득의 국가 내부 재분배 체계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레소토가 디지털 세금 제도를 통해 어떻게 낙후된 세정 체계를 개혁하고자 하는지, 그 구체적인 흐름과 도전 과제를 살펴본다.

디지털 세금 제도로 세정 체계를 개혁하려는 레소토 시도

 

과거 세정 구조의 한계와 신뢰 붕괴

레소토의 기존 조세 시스템은 종이 기반 수기 행정과 관행 중심의 업무 처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납세자는 지방 세무서에 방문하여 수기로 양식을 작성하고, 공무원이 계산한 금액을 은행이나 세무서 현장에서 현금으로 납부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발생했고, 영수증 누락, 이중 납부, 누락 신고 등 세무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 실제 납부한 세금이 정부 수입에 반영되지 않고, 세무 직원 개인의 부당 수입으로 전용되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지방과 도시 간 세무 격차도 심각한 문제였다. 수도인 마세루 지역을 제외하고는 세무소의 기능이 거의 마비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세무 기록은 물리적인 장부에 기록되었다. 정부는 실시간 세수 파악은커녕, 분기별로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세금이 걷혔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행정의 불편을 넘어서, 국민의 세금 신뢰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또한 납세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거나 미흡했기 때문에, 국가가 세금 정책을 수립할 때 의사결정에 필요한 기초 자료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예산 편성 역시 매우 추상적인 통계에 의존했으며, 국제기구의 원조 없이는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런 환경에서 조세 정의는 실현되기 어려웠고, ‘세금은 부자와 외국 기업만 내는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지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부패를 줄이고 국가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정부는 디지털화를 통해 납세 정보를 중앙 집중형으로 통합하고, 세수 흐름의 투명성과 납세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지털 세금 제도의 구조와 도입 과정

레소토는 2021년부터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공동 지원 아래, 디지털 세금제도 개편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했다. 프로젝트 명칭은 LTaX(Lesotho Tax eXchange)로, 이는 레소토 국세청(LRA)이 주도하는 클라우드 기반 전자 세무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개인 및 법인 납세자의 디지털 등록부터, 소득 신고, 세액 산정, 납부 및 전자영수증 발급, 세무 감사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LTaX는 납세자의 고유 식별번호를 통해 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고, AI 기반으로 세금 이력의 이상징후를 탐지한다. 예를 들어, 수입 신고는 했지만 납세 내역이 없는 사업자나, 전년 대비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납세자는 자동으로 리스크 분류에 올라간다. 이러한 기능은 수작업 기반에서 발생하던 오류와 누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세무 감사의 타당성과 객관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장치다.

 

정부는 LTaX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인터넷 기반 교육 프로그램과 모바일 앱을 동시에 출시했다. 특히 문자 메시지 기반의 납세 안내 시스템은 인터넷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에서도 납세 일정과 절차를 쉽게 안내받을 수 있게 해준다. 전자 인보이스 발급 기능도 포함돼 있어, 기존에는 종이 영수증을 분실하거나 위조하는 일이 잦았던 문제를 해소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소득 파악의 투명성도 크게 향상되었고, 중소사업자의 자진 신고율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스템의 기술적 기반은 클라우드 서버와 블록체인 인증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가 통계청과도 연계되어 있다. 이는 세수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지표 수집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향후 보조금 집행, 공공조달 등 다양한 정부 사업과 연결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즉, 단순한 세금 징수 시스템을 넘어서, 국가 디지털 거버넌스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할 수 있는 구조다.

 

조세 인식 개선과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전략

레소토 정부는 디지털 세금 제도의 기술적 도입에 그치지 않고, 국민 인식 개선이라는 사회적 과제에도 집중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세금은 특정 계층만의 문제라는 왜곡된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에, 납세는 국가 공동체를 위한 참여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영방송, SNS, 지역 행사 등을 활용해 세금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세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되었다.

 

특히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별 세무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공무원·납세자 대상의 IT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소상공인들도 디지털 납세 시스템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 효율보다는 장기적 신뢰 회복과 조세 문화의 정착을 위한 장기적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디지털 세금 제도를 농업 분야와 연결해, 농민들의 생산활동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농민이 비공식 경제에 속해 있었고, 이에 따라 세금 징수뿐 아니라 보조금 수급, 보험 혜택 등에서도 배제되어 왔다. 이제는 농민들도 전자 시스템을 통해 생산량과 소득을 신고하고, 합리적인 세금을 납부하면서 국가의 보호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남은 과제와 디지털 세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

 

레소토가 디지털 세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보여준 변화는 확실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전력망과 인터넷망의 불안정성은 디지털 시스템의 운영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이다. 특히 정전이 잦은 농촌 지역에서는 시스템 접속이 제한되며, 이는 납세자의 서비스 접근성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양광 기반 오프라인 세무소도 병행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한계로 확산 속도는 더디다.

 

둘째, 세무 공무원 내부의 저항도 존재한다. 오랜 시간 수작업 중심의 행정에 익숙해진 공무원 일부는 디지털 시스템을 경계하고 있으며, 시스템 오류나 기술적 문제 발생 시 이를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정부는 내부 교육과 성과 연동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저항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행정 조직의 전면적인 문화 개편이 병행되어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셋째,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어야 한다. 디지털 세금제도는 국가의 납세자 정보를 중앙 집중형으로 수집·분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킹이나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시스템 보안 강화와 더불어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이 안심하고 자신의 정보를 디지털 환경에서 제출할 수 있어야, 디지털 세금제도의 신뢰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디지털 세금 제도는 조세 정의와 자립의 첫걸음

레소토가 디지털 세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단지 기술 혁신이 아닌, 국가의 정체성과 미래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낙후된 세정 체계를 개혁하려는 이 시도는,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디지털화를 통해 투명한 행정과 효율적인 납세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레소토는 더 이상 국제 원조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립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레소토의 사례는 아프리카 내륙의 저소득 고산국이 어떻게 기술을 통해 제도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본보기다. 앞으로 시스템이 더 고도화되고, 국민 인식과 인프라가 함께 성장한다면, 레소토는 조세 개혁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닌, 행정 혁신과 재정 자립을 향한 전략적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