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디지털 세금 제도: 프랑스어권 서아프리카의 디지털 과세 전략
토고는 인구 약 850만 명의 소국으로, 서아프리카 연합체(UEMOA)의 일원이며,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경제 규모가 작고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하지만 이 작은 국가는 최근 디지털 전환의 속도와 범위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세무 행정, 공공요금 납부, 시민등록 시스템에서의 디지털화는 서아프리카 내에서도 모범 사례로 언급될 만큼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2019년 이후 토고 정부는 ‘Togo Digital 2025’ 전략을 발표하고, 디지털 경제 발전과 세수 투명성 확보를 핵심 국가 전략으로 설정했다. 특히 국세청(Office Togolais des Recettes, OTR)은 세무 행정을 클라우드 기반 전자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납세자의 접근성과 국가의 세입 예측력을 동시에 개선하고자 했다.
이러한 조세 시스템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납세 편의성 제고를 넘어서, 비공식 경제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고,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신뢰를 제공하려는 다층적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고의 디지털 세금 제도 전환 배경과 정책 목표
토고의 세금 제도는 한동안 수기 신고, 오프라인 납부, 세무 공무원 방문 중심의 전통적인 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8년을 전후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의 디지털 행정 개혁 지원을 받으면서, 정부는 전면적인 세정 디지털화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된다.
그 결과 국세청은 ‘eTax Togo’라는 클라우드 기반 전자 세무 포털을 런칭하였고, 동시에 납세자 등록 시스템, 전자 인보이스, 자동 세액 계산 시스템, 전자 환급 신청 기능 등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스템 교체가 아니라, 국가 세입 구조 전반을 자동화하고 조세 규율을 강화하는 행정 혁신의 일환이다.
정부의 목표는 명확하다.
- 기존 납세자의 신고 정확도 향상,
- 비공식 경제 참여자 등록 유도,
- 외국인 투자자 유치 기반 강화,
- 부패 가능성 제거 및 신뢰성 향상이다.
특히 UEMOA 내 타국 대비 디지털 세무 시스템에서 앞선 인프라를 확보함으로써 지역 내 ‘디지털 조세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야심도 내포되어 있다.
eTax Togo 시스템의 구성과 디지털 기능
토고의 전자 세무 시스템인 eTax Togo는 납세자 중심의 접근성과 자동화 기능이 통합된 구조다. 모든 개인과 기업은 고유 납세자 번호(NIF, Numéro d'Identification Fiscale)를 발급받아 전자 포털에 등록하며, 등록 후에는 다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 부가가치세(TVA) 신고 및 납부
- 법인세 및 개인소득세 신고서 작성 및 제출
- 전자 인보이스 제출 및 실시간 기록 저장
- 자동 세액 산출 및 리마인더 기능
- 세무 관련 통지서 수신, 수정 요청 기능
eTax는 토고 국세청 내부의 세무 감사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어, 특정 이상 거래나 신고 누락이 자동으로 감지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데이터는 프랑스어 기반의 클라우드 서버에 암호화 저장되며, 시스템 안정성 확보를 위해 2중 백업 및 주기적 점검 체계도 마련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스템이 모바일 환경에도 완벽히 대응된다는 것이다. OTR은 이동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USSD 기반 간편 신고 기능, SMS 알림 서비스, 모바일 머니를 통한 세금 납부 기능까지 도입해 디지털 격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디지털 창업자 및 중소사업자 대상 과세 전략
토고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창업자에 대한 조세 체계도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재설계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앱 개발자,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 프리랜서 통번역가 등은 일정 수익 이상 발생 시 개인사업자 또는 자영업자로 등록하여 전자 세금 신고 의무를 갖게 된다.
특히 중소 디지털 창업자를 위한 정책은 다음과 같다:
- 전자 간이세율 신고 제도(Micro-Régime) 운영 (매출 5백만 CFA 이하)
- 정액 납부 옵션 또는 간단 세율(1.5~3%) 적용
- 간이 회계신고서 자동 작성 도구 제공
- 모바일 전자 납세자 교육 프로그램 운영
이러한 구조는 단지 디지털 창업자를 과세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자가 자발적으로 등록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센티브 기반의 디지털 조세 정책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eTax 시스템을 통한 소액 과세자의 자진 등록률은 2022년 기준 18%에서 2023년 27%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외국인 투자자 및 플랫폼 사업자 대상 조세 디지털화 대응
토고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비교적 개방적인 법인 설립 및 세무 행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은 현지 법인 설립 후 NIF 발급을 받고 eTax 시스템에 접속해 모든 세무 신고 및 납부를 온라인으로 수행할 수 있다.
모든 신고는 프랑스어 기반이지만, 영어 사용자용 전자 가이드북, 다국어 지원 창구, 외국계 회계사 인증 시스템 등도 도입되어 있다.
특히 국경 간 전자거래 확대에 따라, 토고 정부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일정 조건 하에 TVA 부과 의무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아마존, 메타 등의 기업이 토고 사용자에게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 국내 사용자 소비를 기준으로 한 간접세 부과 체계를 점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OECD의 BEPS 프로젝트 권고안과 ECOWAS 공동 디지털세 논의 흐름에 발맞춘 것이며, 토고가 국제 조세 투명성 체계와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과세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과제와 향후 디지털 세정 정책의 방향성
토고 디지털 세금 제도는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선진적인 구조로 평가받지만, 몇 가지 실질적 과제도 함께 존재한다.
첫째, 지방 지역의 인터넷 접근성 부족과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로 인해 전자 세무 시스템의 접근성이 인구 전체로 확대되기엔 아직 부족하다.
둘째, 디지털 자산(암호화폐, NFT 등)에 대한 과세 기준 부재로 인해 관련 거래가 세외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셋째, 고도화된 시스템 도입에 비해 세무 담당자의 교육과 기술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으며, 이로 인해 시스템 오류 대응이나 상담 효율이 낮은 상황도 빈번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5년까지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 중이다:
- 전자 인보이스 전면 의무화 로드맵 도입
- AI 기반 이상 거래 탐지 기능 개발
- 모바일 전용 신고 앱과 챗봇 상담 시스템 확대
- 디지털 세무 공무원 인증제도 운영
결과적으로 토고의 디지털 세금 제도는 단순한 세수 확대 수단을 넘어, 투명한 국가 재정과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의 인프라로 작동할 잠재력을 지닌 구조로 성장 중이다. 향후 제도적 보완과 국제 기준 정합성을 확보한다면, 토고는 서아프리카에서 디지털 조세 개혁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